계약서를 파일로 주고받고 휴대전화 인증으로 서명까지 마치는 일이 이제는 흔합니다. 그만큼 파일 속 숫자를 바꾸거나 다른 사람의 인증 수단으로 서명했다는 다툼도 늘었습니다. 형법은 종이 문서에 관한 사문서위조 조문과 별도로 전자기록에 관한 조문을 두고 있고, 둘은 요구하는 목적이 다릅니다. 이 글은 전자 파일과 전자서명이 어느 조문의 문제로 다뤄지는지 가려 보는 순서를 설명합니다.
전자기록에는 별도의 조문이 있습니다
형법 제232조의2는 다른 사람의 전자기록 가운데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것을 위작하거나 변작한 경우를 처벌하며, 그 요건으로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을 둡니다. 조문이 말하는 특수매체기록은 사람이 눈으로 바로 읽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같은 기기를 거쳐야 내용이 드러나는 기록을 떠올리면 됩니다.
용어도 종이 문서와 짝을 이룹니다. 권한 없이 기록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위작, 이미 있는 기록의 내용을 권한 없이 바꾸는 것이 변작입니다. 대상이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점은 종이 문서와 같아서, 어떤 기록이 대상이 되는지는 대상이 되는 문서를 다룬 문서의 기준을 그대로 옮겨 생각하면 됩니다.
두 조문은 목적이 다릅니다
종이 문서 조문은 '행사할 목적', 곧 만든 문서를 진짜처럼 쓰려는 목적을 요구합니다. 전자기록 조문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을 요구합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업무 처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려는 목적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 근태 시스템의 출퇴근 시각, 거래처 전산 장부의 입금 기록, 회원 관리 시스템의 등급 정보처럼 그 기록에 따라 급여나 정산, 혜택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 목적이 무엇을 말하는지 감이 옵니다. 같은 행위라도 어느 조문으로 보느냐에 따라 확인해야 할 목적이 달라지므로, 다툼의 대상이 화면 속 기록인지 종이로 나온 결과물인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고소장에 적힌 죄명이 사문서위조라고 해서 그 조문만 검토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바뀐 것이 전산 기록이라면 전자기록 조문이 함께 살펴질 수 있으므로, 죄명보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기준으로 사실을 정리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파일, 출력물, 사본은 각각 따져 봅니다
파일을 고친 뒤 종이로 출력해 서명하고 제출했다면, 그 출력물은 종이 문서로서 제231조의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제237조의2는 복사기나 팩스처럼 이와 비슷한 기기로 복사한 사본도 문서로 본다고 정하고 있어, 사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상에서 빠지지는 않습니다.
반면 파일 그 자체를 메일이나 메신저로 보낸 경우에는 화면에 띄운 파일을 종이 문서와 똑같이 다룰 수 있는지가 따로 다투어질 수 있어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그 파일이 어떤 형식이었는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고 전달되었는지를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서명을 다른 사람이 대신 했다면
전자계약 서비스에서 다른 사람의 인증서나 휴대전화 인증으로 서명하면, 결과물은 그 사람이 직접 서명한 것처럼 표시됩니다. 그래서 쟁점의 구조는 종이에 이름을 대신 쓴 경우와 다르지 않습니다. 명의자가 그 서명을 허락했는지, 허락했다면 어떤 계약에 대해서였는지가 중심입니다. 인증서 비밀번호를 알려 준 사이였다면 무엇에 쓰라고 알려 주었는지가 범위를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어느 조문으로 볼지는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 남았는지와 목적에 따라 갈립니다. 또 인증 수단을 몰래 쓴 경위에 따라서는 형법 밖의 다른 법률이 함께 검토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서명에는 보통 서명 시각과 인증 방식 같은 기록이 남으므로, 그 기록을 보존해 두는 것이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출발점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기록을 실제로 쓰면 행사 조문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제234조는 제232조의2로 만들어진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행사한 경우도 같은 조문에 담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 시스템에 내 계정으로 들어가 기록을 고쳤다면 '타인의' 기록인가요?
A. 접속한 계정이 내 것이어도 그 기록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회사라면 회사의 기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그 기록을 고칠 권한이 업무상 주어져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Q. 엑셀 장부의 숫자를 바꾼 것도 문제가 되나요?
A. 그 장부가 거래나 사실을 증명하는 데 쓰이고 업무 처리의 기초가 되는지, 고친 사람에게 권한이 있었는지, 사무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쓰는 메모용 표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스캔해 둔 서명 이미지를 다른 문서에 붙여 넣었다면요?
A. 명의자 허락 없이 서명 이미지를 붙였다면 그 결과물은 명의자가 서명한 것처럼 보이게 되므로 권한 없는 명의 사용이 문제 됩니다. 출력해서 냈다면 종이 문서로서 사문서위조가 검토되고, 파일 상태로만 보냈다면 앞에서 본 것처럼 따로 따져 보게 됩니다. 서명 자체의 부정사용을 정한 제239조도 함께 살펴볼 조문입니다.
정리
전자 파일과 전자서명도 사문서위조와 같은 뿌리의 문제지만, 전자기록 조문은 목적 요건이 달라 따로 따져야 합니다. 기록이 화면에 있는지 종이로 나왔는지, 누가 어떤 권한으로 서명했는지를 먼저 가려 보세요. 다른 질문은 첫 화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231조·제232조의2·제234조·제237조의2·제239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